소설 키다리 아저씨 한국어 번역과 오디오북 ( 17 )
12월 19일
친애하는 키다리 아저씨께
제가 드린 질문에 전혀 답변을 안 해주시네요, 엄청 중요한 질문들인데.
아저씨는 대머리신가요?
아저씨의 외모에 대해서 상상을 하면서, 머리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상상이 잘 되었는데, 머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려니까 딱 막혔어요. 아저씨가 백발이신지 또는 검은 머리이신지 흐트러진 회색 머리인지 전혀 머리카락이 없는 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요.
바로 이게 아저씨 초상화에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제가 머리카락을 좀 더 그려야 할까요? 아저씨의 눈동자 색깔이 궁금하세요? 회색이고요 눈썹은 현관 위의 지붕처럼 튀어나와 있어요 (소설에서는 '돌출한'이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입꼬리는 쳐져 있고 입은 일직선으로 꾹 다물고 있어요. 아! 알겠어요. 아저씨는 성깔이 있는 멋진 노인이시네요.
(예배 시간 종이 울렸어요)
밤 9시 45분
저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새 규칙을 하나 만들었어요. 다음날 아침에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아무리 많더라도 절대로 밤에는 공부하지 않기. 대신에 평범한 책을 읽으려고요. 그렇게 해야 돼요. 왜냐하면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제 18년 동안의 과거는 책을 안 읽어서 상식이 텅 비어있는 상태거든요.
아저씨는 저의 무지함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 지 도저히 못 믿으실 거에요. 저 자신도, 제가 얼마나 무식한 지 요즘에서야 새삼 깨닫고 있어요. 가족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도서관도 가까이에 있는, 일반 가정에서 잘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그런 것들을 저는 들어본 적도 없어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에요. 저는 '마더 구스'나 '데이빗 카퍼필드' 또는 '아이반호', '신데렐라', '푸른 수염', '제인 에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또는 '루디야드 키플링'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헨리 8세가 결혼을 한 번 이상했었다는 것도, 셸리가 시인이었다는 것도 몰랐어요.
(* 헨리 8세는 16세기 잉글랜드의 왕이었고 결혼을 여러 번 했다.)
저는 인간이 원래 원숭이였다는 것도 몰랐고 에덴 정원이 그저 아름다운 신화라는 것도 몰랐어요. 그리고 R.L.S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을 줄여서 부르는 약어라는 것도 몰랐고 조지 엘리엇이 여성이라는 것도 몰랐어요.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소설 '보물섬'을 쓴 작가이다.)
모나 리자 그림도 본 적이 없고요 (이거 진짜인데 아마 못 믿으실 것 같은데) 셜록 홈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은 다 알고요, 이것들 말고도 더 많이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얼마나 많이 따라 잡아야 하는 지 아시겠죠. 하지만 아! 너무 재밌어요! 저는 하루 종일 저녁 시간이 되기를 너무나 기다려요. 그리고 방문에 '바쁨'이라는 표시를 붙여두고 붉은색 목욕 가운을 입고 털 슬리퍼를 신은 다음 소파에 앉아 등 뒤에 쿠션을 잔뜩 쌓아두고 놋쇠로 된 학생용 램프의 불을 켜요. 그리고 읽고 읽고 또 읽는 거죠.
책 한 권으로는 성에 안 차요. 한 번에 책 네 권을 동시에 읽어 나가요. 요즘은요, 테니슨의 시와 '허영의 시장', 키플링의 '플레인 테일즈'를 읽고 있고요 그리고 - 웃지 마세요 - '작은 아씨들'을 읽고 있어요. 어린 시절에 '작은 아씨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대학교에서 저 하나 밖에 없더라고요. 그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어요. (말하면 저를 이상한 애로 낙인찍을 거에요.) 조용히 외출해서 지난 달에 받은 용돈에서 1달러 12센트를 내고 책을 사 왔어요. 다음에 누군가가 '절인 라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면, 걔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있어요 !
(* 작은 아씨들은 네 자매에 대한 소설로, 네 자매 중 막내인 에이미가 '절인 라임'으로 인해 겪는 일화가 나온다.)
(10시 종이 울렸네요. 이 편지 한 통 쓰는데 방해되는 게 참 많네요.)
토요일
귀하께.
기하학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학문적 탐구를 아뢸 수 있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저희는 평행 육면체에 대한 학업을 멈추고, 각기둥으로 넘어갔습니다. 학업 정진의 길은 거칠고 가파르다고 아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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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번역 by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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