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국어 오디오북/키다리 아저씨 한국어 오디오북

소설 키다리 아저씨 한국어 번역과 오디오북 ( 19 )

Ellie 앨리 2023. 7. 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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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요, 아저씨, 제가 방학동안 뭘 했는지 말씀을 드릴까요 아니면 제가 배우고 있는 내용 그 자체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으신가요? '그 자체' 라는 어휘가 가지는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 알아차리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최근에 배운 어휘에요.

텍사스에서 온 친구의 이름은 레오노라 펜튼이에요. (지루셔라는 이름만큼이나 웃기는 이름이죠, 그렇죠?) 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샐리 맥브라이드만큼 좋지는 않아요. 저는요 그 어느 누구도 샐리를 좋아하는 만큼 좋아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아저씨 빼고요. 언제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아저씨에요, 왜냐하면 아저씨는 저에게 온 가족의 구성원 역할을 다 해주시는 분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레오노라와 저는 2학년 선배 2명과 함께 날씨가 좋은 날마다 시골길 산책을 했어요. 짧은 치마와 니트 재킷을 입고 모자를 쓴 차림새로, 시니 스틱을 들고 괜히 이것 저것 툭툭 치면서 동네를 구석 구석 돌아다녔어요.

(* 영어 원문에는 shinny stick이라고 나와있는데 shinny는 하키와 비슷한 운동이다.)

한 번은 읍내까지 걸어 나갔는데 - 거리가 6km 정도 되더라고요 - 우리 학교 애들이 저녁 먹으러 가곤 하는 식당에 갔었어요. 구운 바닷가재 (35센트)랑 디저트로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 메밀 케이크 (15센트)를 먹었어요. 영양 만점에 가격도 저렴하죠.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제가 무척 즐거웠어요. 모든 게 고아원에서의 생활과 너무나도 달랐거든요. 저는 캠퍼스를 벗어날 때마다 탈출한 죄수인 것 같은 기분을 느껴요. 저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요즘 제가 겪고 있는 경험들이 얼마나 멋진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려고 하곤 해요. 마치 고양이가 가방 속에 있다가 가방 밖으로 뛰쳐나오려고 하는데, 그 순간 꼬리를 붙잡아서 도로 가방 안으로 집어넣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인 거죠.

제가 겪고 있는 이 모든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어요. 저는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잘 믿고 비밀을 잘 털어놓는 사람인 거 같아요. 이야기를 할 상대로 아저씨라도 계시지 않았더라면, 전 참지 못 하고 감정을 터뜨려 버렸을 거에요.

지난 금요일 저녁에 당밀 사탕을 만드는 모임이 열렸어요.

(* 당밀 사탕을 만드는 모임은 이 당시 실제로 있었던 모임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당밀로 된 여러 가지 디저트를 만들면서 친목을 다지는 모임이라고 한다.)

퍼거슨 기숙사의 사감 선생님께서 학교의 다른 건물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주최하신 행사였어요. 총 22명이 모였고 1학년, 2학년, 3학년, 4학년 학생 모두 유쾌하게 어울렸어요. 부엌은 아주 컸고요, 구리 냄비 여러 개와 주전자 여러 개가 돌벽에 나란히 줄지어 걸려 있었어요. 줄지어 걸려 있는 냄비 중에서도 가장 작은 캐서롤 냄비의 크기가 세탁용 대형 보일러의 크기 정도였어요.

평상시에는 퍼거슨 기숙사에만도 4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살고 있어요. 새하얀 모자와 앞치마를 하신 셰프께서는 하얀 모자와 앞치마를 각각 22개씩 가져오셨어요 - 어디서 그렇게 많이 가져오셨는지 모르겠어요 - 우리 모두 요리사처럼 차려입었어요.

사탕을 잘 만든 건 아니었지만 아주 재밌었어요. 사탕 만드는 작업이 다 끝날 무렵에는, 참여한 사람들의 몸과 부엌, 그리고 손잡이가 전부 끈적거렸어요. 저희는 모자와 앞치마를 입은 채로, 각자 커다란 포크나 스푼 또는 프라이팬을 들고 행진했어요. 텅 빈 복도를 지나서 교직원 휴게실로 갔는데 교수님과 강사님 6분께서 조용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계셨어요. 저희는 교가를 불러드리고 저희가 만든 당밀 사탕을 드렸어요. 정중하게 받기는 하셨는데 좀 미심쩍어 하시는 것 같았어요. 끈적끈적거리는 당밀 사탕 덩어리를 드시느라 다들 아무 말씀을 못 하시더라고요.

이제 아시겠죠, 아저씨! 저의 학업은 이렇게 날로 발전하고 있어요 !

제가 작가보다는 화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방학은 이틀 뒤에 끝나요.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 너무 반가울 것 같아요. 제 방이 있는 기숙사 탑은 조금 쓸쓸해요. 원래 학생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인데 9명 밖에 없어서 애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약간 울릴 정도에요.

편지가 11 페이지나 되네요. 불쌍한 아저씨, 읽느라 피곤하시겠어요! 짧고 간단하게 감사 인사를 담은 편지를 쓰려고 했었는데, 막상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펜을 움직여서 쓰게 돼요.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저를 생각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는 너무나 행복하긴 한데 지평선에 걸려 있는 작은 먹구름이 마음에 걸려요. 2월에 보는 시험이 다가오고 있거든요.

사랑을 담아서

주디 올림

추신. 혹시 사랑을 보내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요? 만약에 적절하지 않다면, 봐주세요. 저는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는데 제가 고를 수 있는 사랑의 대상은 아저씨와 리펫 원장님 뿐이에요. 그래서 아저씨께서 참아 주셔야 해요. 저는 원장님을 사랑할 수는 없거든요.

낭독, 번역 by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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